[칼럼]컨벤션 경영, 마지막을 화려하게

  • 200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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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벤션 경영, 마지막을 화려하게
(주)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허정옥

오늘날 대부분의 서비스 기업들은 고객과의 첫 만남을 강조하는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안다. 이는 서비스의 모델로 대표되는 은행, 공항, 백화점은 물론 병원과 대학, 시청 등의 고객응대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스칸디나비아 항공사(SAS)가 이 MOT 개념을 고객 서비스에 접목시켜 적자경영을 흑자로 전환시킨 이래, ‘진실의 순간’은 서비스 경영의 첫 번째 원칙이 되어 왔다. 그러므로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 더욱 의미가 통하는 서비스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는 컨벤션 경영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회의가 열릴 때 제주국컨벤션센터(ICC Jeju)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등록 데스크다. 데스크에 도착하면서부터 회의참가 관련 일체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부드럽게 진행되면 개막식, 리셉션, 회의장, 전시관 들이 화기애애하게 돌아간다. 참가자 수나 회의 몰입도, 만족도 또한 평균 이상을 기록한다. 일단 진실의 순간이 통하게 되면, 그 회의는 절반 이상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는 ‘MOT만으로는 어쩐지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왠지 시작은 좋은데 결말이 아쉬운 것이다. 어쩌면 ‘만남만 있고 이별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심리가 회의장에서도 작용하는 게 아닐까? 더욱이 국제회의는 몇 년 동안 준비한 끝에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소 복잡하고 긴 경로를 통해 모여들게 된다. 그런데 전시회와 달리 하루나 이틀, 길어도 사나흘이면 아무리 중요한 회의라도 끝나버린다.

어떻게 하면 마지막 느낌을 밝고 명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마지막을 화려하게 끝내기로 마음을 모았다. 회의의 마지막 만찬행사가 끝난 후 고객들이 퇴장하는 시간에 직원들이 나란히 줄 지어 섰다. 수 십 명 혹은 수 백 명의 직원들이 행사 복장을 한 채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고, 미소를 보내고, 환호성을 울렸다. 그 뜨거운 환호를 맞이한 고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표정과 동작은 달라도 한결같이 만족스런 얼굴들이었다.

이쯤에서 솔직히 고백컨대, ‘마지막을 화려하게 끝내라’는 것은 우리만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고객들이 다시 오게 하려면 서비스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끝내야 한다’는 이론을 현장에다 적용해 본 것이다. 그동안 서비스업계에서는 ‘진실의 순간’으로 대변되는 고객접점의 시작을 강조하는 바람에 그 마지막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못했다. 정작 고객의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순간, 바로 그 결말인데도 말이다. 적어도 컨벤션에서는 시작과 나중, 어디가 더 중요하냐면, 나중이다. 시작단계에서는 다소 실수나 부족함이 있더라도 마지막을 완벽하게 끝낼 수 있다면, 고객들은 그 행사의 마지막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게 된다. 더욱이 ICC Jeju는 장소가 아니라 관계를 파는 곳일진대, 무릇 다음 만남을 뜨겁게 기약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